[주요국 반부패 관련 법-FCPA ④] 기고글: 노바티스는 왜 뇌물을 제공한 것을 숨기려 하지 않았을까?

 In 반부패∙윤리경영 관련 동향

Richard L. Cassin

나는 노바티스(Novartis)가 저지른 일을 변호하거나, 변명해주려는 의도는 없다. 이 기업은 FCPA를 위반했으며, (전 자회사와 함께) 거의 3억 4700만달러에 달하는 벌금과 이익환수금을 납부했다. 그러나 이 거대한 스위스 제약사가 불법 행위를 더 잘 감추지 않은 것에는 이유가 있다.

“노바티스가 뇌물공여를 숨기려 하지 않았다”라는 말에서 내가 뜻한 바는 다음과 같다.

FCPA 위반에 해당하는 노바티스의 거의 모든 행위가 공개되어 있었다. 대부분의 FCPA 집행 건에는 기업 임원, 중개인, 해외 당국자들이 그들의 행적을 감추려 한 증거가 있다. 허위 계약서, 비자금, 페이퍼 컴퍼니, 차명계좌, 암호화 메시지, 개인 이메일 계정 등이 해당된다. 하지만 노바티스의 경우 이러한 부패행위는 일어나지 않았다.

오히려 노바티스는 국립병원 의사들에게 지불한 강연 사례비, 의료 컨퍼런스 및 회의 후원금, 컨설팅 비용 등의 지급 건을 전부 기록했다. 이러한 행위는 지역 법과 FCPA에서 불법으로 규정된다. 때문에 이러한 비용을 정당한 사업 지출로 장부에 기록한 것은 부정확할뿐더러 FCPA 내부회계관리제도와 회계조항에 저촉된다. 그러나 이러한 지불 행위가 합법이라고 해도, 노바티스가 재무제표에 표기한 내용은 일반회계원칙(GAAP)에서 허용될 수 있었을까?

노바티스가 지불 건에 대해 숨길 의도가 없었다는 더 많은 증거가 있다. 한국, 베트남, 그리스 지사 매니저들은 내부적으로, 그리고 유통업체와 함께 의사들에게 리베이트를 지급하는 것에 대해 논의했다. 또한 유통업체와 제3자에 대한 상환(reimburse) 방법에 대해서도 내부적으로 논의했다. 이 모든 과정은 공개되어 있는 운영 프로그램의 하나로 보였으며, 비밀스러운 계획처럼 보이지 않았다.

베트남, 그리스, 한국 지사에서 발생한 FCPA 위반 건을 숨기려 하지 않았거나 최소한 열심히는 숨기지 않았다면, 이유가 무엇일까? 그 이유에 대해서는 몇 가지 추측을 해볼 수 있다.

수천명의 의사들에게 제공한 리베이트를 숨기는 것은 불가능하다. 미 연방수사국(FBI) 조사에 따르면, 노바티스는 2011~2016년 간 한국에서 2,032명의 의사들에게 국제 컨퍼런스 참석을 위한 경비제공 명목으로 약 700만달러를 지급했다.  또한 베트남에서는 수백명의 의사들에게 그리고 그리스에서는 그 이상의 의사들에게 리베이트를 지불했다.  이러한 방식은 소수의 정치인들에 큰 금액을 지급하는 뇌물공여와는 다르다. 노바티스의 경우 국립병원 및 클리닉 의사들 외의 인물에게 뇌물을 주었다는 혐의가 없다.

의사에게 리베이트를 지급하는 것은 대형 제약회사들 사이에서 당연하게 여겨지는 관행이었다. 제약업계의 처방에 대한 리베이트(“Pay-to-prescribe”) 관행은 2015년 당시 증권거래위원회 집행 수석인 앤드류 세레스니(Andrew Ceresney)가 이를 주제로 연설을 했을 정도로 널리 퍼져 있었다. 연설에서 앤드류 세레스니는 대형 제약회사 파이저(Pfizer)와 일라이 릴리(Eli Lilly)의 2012년 FCPA 집행 사례를 거론하였다. 이후에도 사이클론 파머수티컬(SciClone Pharmaceutical)과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이 중국에서의 처방에 대해 리베이트를 제공한 FCPA 위반 혐의에 대해 각각 1,300만불, 2천만불을 지불했다. 노바티스 또한 2016년 8월 리베이트 거래 의혹이 제기되어 2,500만 달러의 벌금을 물고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와 합의했다. FCPA와는 관련이 없었지만 애벗(Abbott), 암젠(Amzen), 아스트라제네카(AstraZeneca), 머크(Merck) 등 많은 제약회사가 불법적으로 약을 홍보한 혐의로 도합 수십억불에 이르는 벌금을 지불한 사례도 있다.

요점은, 이렇게 의사들이 자사의 약을 처방하게 하기 위해 금품을 지급하는 행위는 제약산업 내에서 오랜 기간 동안 너무나도 흔하고 당연하게 여겨지는 사업 관행이었으며, 이러한 관행이 만연하기 때문에 무엇이 용인 가능한지에 대한  잘못된 개념을 유도한 것은 아닐까 하는 의심을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노바티스 관계자들은 FCPA를 위반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을까? 그저 추측일 뿐이지만, “처방을 위한 리베이트” 관행이 너무 일반적이어서 노바티스의 몇몇 사람들이 이 관행을 합법적인 것으로 착각한 것은 아닐지 고려해보자. 2011년 스위스 바젤의 노바티스의 본사에서는 국립병원 의사들이 FCPA가 정의하는 ‘외국공무원’에 해당된다는 사실을 알지 않았을 수도 있다 (2002년 Syncor International, 2005년 Diagnostic Products사와 Micrus 사에 집행한 FCPA가 있긴 했지만). 혹은 국제 컨퍼런스 참석을 위한 경비, 강연 사례비, 약물 실험을 위한 후원, 논문 발간을 위한 지원 등을 의사들에게 공개적으로 제공하는 것을 뇌물로 간주할 수 있다는 것과  FCPA 위반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어떤 결론을 내리려는 건 아니지만, 노바티스는 “처방을 위한 리베이트” 관행으로 FCPA를 위반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거나, 이를 알고 있었음에도 부정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노바티스에 대한 추가 혐의가 발견되면서 더 큰 벌금이 부과되었다. 노바티스가 FCPA 위반 혐의에 대해 합의한지 일주일이 지난 뒤, 미 법무부는 노바티스가 연방 킥백금지법(federal anti-kickback law) 위반에 대해 추가적으로 6억 3,000만달러*의 벌금을 지불할 것이라고 발표하였다. 미국에서 노바티스는 수천명의 의사들에게 자칭 ‘교육 행사 강의 비용’으로 사례비를 지급했다. 하지만 교육 프로그램 중 많은 부분이 “값비싼 레스토랑에서의 사교 행사일 뿐”이었다고 법무부는 밝혔다. “연사라고 초청한 의사가 노바티스의 약을 처방하도록 하기 위해 뇌물을 제공했으며, 심지어 일부 행사는 개최되지도 않았다”고 설명했다. 가짜 연사 초청은 미국에서 2002년부터 2011년까지 수백 차례 진행되었다.

마지막으로 특정 제약사의 약 처방을 위해 의사들에게 리베이트를 제공하는 것은 나쁜 관행이다. 의사가 환자에게 특정 약을 처방한 것에 대해 제약회사가 금품을 제공할 경우, 의사는 해당 약을 처방하기 위해 환자에게 과잉처방 또는 잘못된 처방을 내릴 인센티브가 있으므로 이해상충 문제가 발생한다. 나는 노바티스가 한 일을 변호하려는 의도가 없으며, “처방을 위한 리베이트”를 하고 있는 제약회사들을 규제하는 것에 찬성한다.

그럼에도 노바티스가 FCPA를 종결한 방법은 “기업의 범행 의도(corporate mens rea)”라는게 실제 있는 것인지 의문을 갖게 한다. 이런 의문을 갖는 것은 괜찮다. 이러한 의문들은 노바티스를 변론하려는 것이 아닌 기업이 FCPA를 어떻게 위배하게 되는지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하며, FCPA 준수와 집행에 관해 가르침을 줄 수 있다.

 

*후속보도에 따르면 최종 합의된 벌금은 7억 2,900만 달러로 알려졌다.

 

 

★ 이 글은 FCPA Blog의 Richard L. Cassin의 기고문을 UNGC 한국협회에서 번역하였습니다. 인용 시 출처(유엔글로벌콤팩트 한국협회, Business Integrity Society 프로젝트)를 밝혀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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